2008년 당시 한국의 록 씬은 침체된 분위기였고, 밴드보다는 유닛 형식의 아티스트들이 주류였다.
그 시절 리서치를 하며 많은 음악을 들어보았지만, 솔직히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 무렵 서울에 머무는 동안 국카스텐의 첫 앨범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이키델릭한 색채를 전면에 내세운, 미완성이면서도 다른 어떤 밴드와도 확연히 다른 그 사운드는 참신했고, 강렬한 보컬에 귀가 사로잡혔다.
‘드디어, 이런 밴드가 등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미완성과 거칠음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고, 한국 록 밴드 씬에 밝은 희망이 멀리서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갑자기 주위 스태프들에게 “그들과 직접 만나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음악이 있는 지역이나 나라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내가, 아티스트에게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고, 이후로도 그런 적은 없다.
실제로 만남이 성사되어, 거리에서 만난 그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으니,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고기를 먹었다(웃음).
어떻게 멤버들이 만났는지,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하는지 등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그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가능성을 품은 뮤지션들이 모여 앞을 향해 나아가려 노력하는,
하지만 어둠 속에서 헤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음악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어서 의사를 그만두고 집을 나왔던 내 젊은 시절과 겹쳐져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겉모습은 조금 거칠어 보여도 ^^; 이야기해보면 순수하고 따뜻하며, 말은 분명히 해도 날카롭지 않은, 그런 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
이후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들의 새로운 곡이나 활동은 항상 꼼꼼히 체크했다.
“이 곡은 이렇게 라이브에서 했구나”, “이런 신곡을 냈구나” 하는 식으로.
후일담으로, 어느 날 그들이 “형님 , 저희 활동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세요?”라고 묻기에,
“그건 말이지, 내가 너희들의 스토커니까!”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
그 후 내가 그들을 언급할 때 ‘스토커’라는 단어를 애정을 담아 몇 번 썼지만, 역시 표현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아 이제는 그만 쓰기로 했다 ^^;
어느 날,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법적 분쟁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뮤지션에게는 생명선이 되는 활동 조건과 계약 문제, 그들이 얼마나 힘든 처지에 있는지 잘 알기에,
걱정되어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시기 내가 제주에서 Jeju Music Festival을 시작한 것도 있어서, 그들에게 참여 제안을 했더니
마침 소송이 마무리되어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 페스티벌에 2년 연속으로 출연해 주었다.
그 후에도 가까우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는 지속되었고,
내가 평창 올림픽 음악을 담당했을 때, 개폐회식 외에도 올림픽을 응원하는 앨범을 만들기로 하고
아티스트들에게 참여 제안을 했고, 그때 하현우와 협업한 ‘정선 아리랑’이 계기가 되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흐름이 시작되었다.
정선 아리랑은 하현우와의 본격적인 첫 협업이 되었고,
그의 놀라운 역량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무대에서 함께 공연할 수 있었다.
그의 노래는 한국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
특히,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19주 연속, 총 9연승으로 우승하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고, 음악계에서 그의 존재는 확고해졌다.
개인적인 인연도 더 깊어졌다.
특히 코로나 시기, 한일 왕래를 하며 내가 7번이나 격리를 했을 때 항상 연락을 주고,
백신 접종도 응원해 주었다.
함께 산 정상의 일출을 보러 이른 새벽에 트레킹을 하러 간 적도 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웃기도 했고,
몇 해 전에는 그가 내가 사는 일본 가루이자와에 와서, 자연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서론이 길었지만,
국카스텐이 세 번째 앨범을 제작 중이라는 이야기는 물론 알고 있었고,
데모 트랙도 많이 들려주었다.
어느 날, 하현우가 “형님께서 꼭 참여해주셨으면 하는 곡이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었고,
거기서부터 교류가 시작되었다.
내가 가이드 피아노를 만들고 ‘Wake Up’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몇 차례 의견을 주고받으며,
여기 가루이자와 산 속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내 피아노 트랙을 보내고,
한국에서 녹음한 국카스텐 멤버들의 악기, 게스트 첼로, 훌륭한 보컬과 함께 믹스되어 완성되었다.
오랜 시간 자택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정규 앨범을 만들어가는 진지한 뒷모습을 보며,
‘아티스트의 열정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절실히 느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작사·작곡·편곡 포함해, 거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기반&대부분을 만들고 집중해 완성해가는 스타일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작업 스타일이 아주 잘 닮아 있다.
몇 해 전, 그가 일본에서 내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앞으로 나도 이렇게 자연 속에서 집중하며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서로의 집중 모드에는 공통점이 분명 있는 것 같다.
< Wake Up >
사이키델릭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본질에 호소하며
“Wake up!” 깨어나라! 라고 외치는 이 곡.
국카스텐에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지.
깊고 포용력 있는 음악이 탄생했다.
나에게 소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 하현우와 국카스텐,
이번에 나를 불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돌이켜보면 꽤 오래된 인연이 되었지만,
뮤지션끼리 이렇게 자연스럽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앞으로도 힘내세요.
올해 안에 세 번째 풀 앨범이 멋지게 완성되어 발매될 예정입니다.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여러분도 꼭 들어보시고,
어느 공연장에서든 여러분과 만나길 바랍니다.
양방언
P.S 처음 만났던 그날, 내가 고기를 산 것 때문에 '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라고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했었다고 한다.
정말 고기로 하길 잘했다! ^^
그리고 작년 멤버들에게 고기를 대접받았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