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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 2025.11.19 AION2

  •  WRITER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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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1-20 13:07  

이번 온라인 게임 AION2 프로젝트의 제작은 2024년 10월경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우선은 AION1 당시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2006년 무렵, 한국 게임회사 NC소프트의 음악 제작팀 한 명이 일본 가루이자와의 이 스튜디오를 찾아왔다. 게임 음악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왜 나에게 제안하게 되었는지” 묻자, 내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십이국기’나 ‘Emma’가 그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은 음악을 포함한 게임 자체가 지금처럼 인정받던 시대가 아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게임”은 여전히 어린이를 위한 오락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솔직히 나 역시 게임 쪽을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2002년경 중국의 온라인 게임 회사로부터 비슷하게 오퍼를 받아 게임 음악을 한 번 작업한 적이 있다. 당시로서는 꽤 대규모였고 베이징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역시 계기는 ‘십이국기’였다.

 

그리고 이야기는 AION으로 이어진다.

담당자는 “게임을 단순한 대중 오락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음악 또한 확실한 퀄리티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서 일본에서는 이미 ‘파이널 판타지’ 같은 대형 RPG회사가 음악에 큰 투자를 하고, 오케스트라 녹음이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문득 “그렇다면 아예 런던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제안했더니, 그는 돌아가서 검토해 보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 “꼭 그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예상보다 빠르게 AION 참여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바로 제작에 돌입했다. 정말 드라마틱한 전개였다.

 

실제 녹음은 2006~2007년.

당시는 스코어도 아직 PDF가 아닌 손글씨였던 시절(딱 그 과도기였다).

런던 심포니 75인 편성, 애비로드 스튜디오 1에서 녹음. 그때는 메인곡 5곡을 먼저 녹음했다.

런던에서 돌아온 뒤에도 많은 곡을 추가로 작업했는데, 그 과정에서 Origa가 참여하며 매우 큰 역할을 했고, 결국 AION1의 얼굴이 되었다.

아마 게임 유저들은 Origa의 목소리와 함께 AION의 세계로 들어갔던 것이리라.

 

여러 곡들 가운데, 그녀의 압도적인 코러스가 인상적인 Song of Moonlight, Origa의 솔로 보컬이 돋보이는 The Wings of Knight, 런던에서 녹음한 Death Waltz, 그리고 주제가로 만든 Forgotten Sorrow 등 많은 작품이 지금도 살아 숨 쉬며 여러 형태로 편곡·리메이크 되어 유저들의 마음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 작은 일화 하나

이번 AION2에서 다시 부활한 메인 테마 The Tower of Eternity는 사실 처음 녹음된 곡이 아니었다.

런던에서 돌아온 뒤 NC 음악팀에서 “더 강렬한 임팩트를 가진 메인 테마를 반드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만들어진 곡이었다.

이 곡은 도쿄에서 대편성 오케스트라 녹음으로 완성되었다.

 

완성 후 Origa의 강렬한 코러스 “AIO~~N”이 인트로로 붙으며 대표곡 The Tower of Eternity가 탄생했고, AION1의 얼굴이 되었다.

 

■ 또 다른 런던 녹음 일화

당시 나는 솔로 앨범과 영화 작업 등 여러 프로젝트로 런던 오케스트라 녹음을 자주 하고 있었고, 지휘자 Nick Ingman과도 여러 차례 함께 작업했다.

애비로드에서 재회했을 때 그는 “양, 이번엔 어떤 프로젝트로 왔어?”라고 물었다.

나는 “온라인 게임 음악이야”라고 말했더니 그는 정말 놀란 표정으로 “무슨 게임?!?!” 하고 되물었다. 완전 편견 가득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바로 그때 준비된 게임 프로모션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그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며

“아, 알겠다. 이건 훌륭한 프로젝트군.”

이라며 지휘대 쪽으로 가 준비를 시작했다.

그 순간, 가루이자와에서 처음 들은 “게임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이 다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후 몇 번 더 런던 녹음이 있었는데, 만날 때마다 Nick은

“지난번 그 세션 이후로 다른 게임에서 몇십 명 규모의 녹음을 했어!”

라며 자랑하곤 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유명 게임도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기억은 없다…

 

어쨌든 그 시기는 런던에서도 ‘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녹음’의 시작점 같은 시기였고,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다.

 

■ 이후의 시간, 그리고 AION2(2024~)

AION과의 접점이 거의 없는 채로 시간이 흘렀다가, 2024년 10월, 2025년 AION2 출시를 앞두고 다시 음악 제작 제안을 받았다.

 

제작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았다:

AION1 메인 테마 Tower of Eternity를

영국 작곡가 Simon Franglen(Avatar2 등)과 공동 제작

내가 만든 기존 곡 몇 곡을 완전히 새롭게 리메이크

α (아직 공개 불가)

모든 녹음은 런던 AIR Studios에서 진행

 

하지만 지난해 10월은

하마다 쇼고 35년 만의 싱글, 패럴림픽 다큐멘터리 ‘WHO I AM’,

2025 오사카 엑스포 음악, 2024 사유하는 극장 등

엄청난 프로젝트들이 겹쳐 심신이 거의 한계였던 시기.

그러나 에너지를 짜내어 제작을 시작했다.

 

The Tower of Eternity를 기반으로 Simon이 자신의 멜로디와 모티브를 추가해 독자적 편곡을 만들고,

나는 현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

이 곡은 기본적으로 Simon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

 

또 내가 만들었던

The Wings of Knight(전사의 날개), Solid State Battle(격전)의 완전 리메이크도 런던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그리고 2015년 세상을 떠난 Origa의 보컬 데이터는 남아있었기에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었다.

 

■ 본격적인 AIR Studios 녹음 (2025.1)

지난해 라이브들을 병행하며 제작했고,

1월 중순 예정된 런던 녹음 준비는 12월~연초까지 휴일도 없이 진행됐다. 

 

1월 12일 한국 천안오케스트라와 게스트 공연을 마친 후

곧바로 통산 11번째 런던 녹음으로 이동.

코로나 이후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한동안 못 갔던 만큼 오랜만의 런던 작업이었다.

 

AIR Studios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항상 스케줄이 맞지 않아

“언젠가 꼭 작업하고 싶다”고 꿈꿨던 스튜디오였다.

 



 

창립자는 바로 비틀즈의 프로듀서 George Martin.

그의 사진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최적화된 Lyndhurst Hall,

조금 더 작은 Studio1(그래도 큼). Simon이 여러 공간을 직접 안내해줬고,

여기서 작업한 아티스트들은 말 그대로 ‘전설급’이었다.

https://www.airstudios.com/studios/

 

이번 연주자는 Chamber Orchestra of London.

이전의 런던 심포니, 런던 필, 로열 필 등과 달리

“극음악(필름 스코어)에 특화된 초정예 연주자 그룹”.

 

극도로 정확하면서 감정적인 연주,

그리고 유명 레코딩 엔지니어 Geoff Foster의 존재가 특히 컸다.

그는 오스카·그래미 수상작 다수에 참여한 인물로,

스코어를 완벽히 이해하며 연주자와 작곡가에게 필요한 디렉션을 정확히 전달한다.

그의 밝고 매력적인 성격도 인상 깊었다.

 

 

 

 

Simon의 시그니처인 Balkan Chorus(발칸 코러스)의 여성 합창 또한 엄청났다.

블가리아 민속 성악을 연상시키는 에스닉한 아름다움과

성스러운 울림이 공존해 Lyndhurst Hall의 2층에서 녹음되었고,

정말 압도적인 하모니였다.

 




 

■ 녹음 종료 → British Grove Studio로 이동

Simon이 맡은 5곡과 내가 맡은 3곡을

3일간 풀 가동해 AIR Studios에서 녹음을 마쳤다.

 

그리고 하루 쉬고

이번에는 British Grove Studio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 녹음.

여기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Mark Knopfler가 소유한 스튜디오.

 

Paul McCartney의 Band On The Run 녹음 당시 사용된

1972년 나이지리아 세션 장비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빈티지 고품격 장비가 잘 보존된 공간이었다.

역시 “이게 런던이구나” 싶은 곳이었다.

 

  

 

 

■ 귀국 후 ~ 믹스 완성까지

일본에 돌아온 뒤 타악기 등 추가 녹음을 했고

여름 무렵 일단 믹스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Simon의 믹스가 도착한 뒤

두 세계의 음악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하게 되었고

다시 한번 믹스를 하고자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이번 11월 9~10일, 한국에서 돌아온 직후

드디어 믹싱 엔지니어 쿠라이시 유우지 아래 리믹스 →

바로 Victor Flare의 가와사키 히로시에게 마스터링을 맡기며

긴 시간 끝에 완성되었다.

 

 




 

   

■ 전 세계 동시 공개 (2025.11.19)

내 곡들과 Simon과의 공동 제작곡을 포함해

총 70곡의 새로운 OST가

AION2 출시일인 11월 19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많은 분들이 즐겨주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AION1에서 만든 내 곡들이 원곡이 되어

리메이크·재편곡된 형태로

이번 AION2의 70곡에 다수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곡들이 오랜 세월 세계 유저들 속에서 사랑받고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정말 감회가 깊다.

AION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그 과정 모두가

나에게 특별한 인연이다.

함께 작업한 Origa의 존재도 그렇고…

이 프로젝트는 어느새 인생의 큰 축 같은 “라이프워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과연 지금 세상을 떠난 Origa는

이 새로운 버전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해줄까?

1월 런던 녹음 직전 떠난 누나 역시

이 곡들을 듣고 좋아해줄까?

녹음 현장에서 울려 퍼진 발칸 코러스의 성스러운 울림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나는, 그리고 Origa는

AION이라는 가상 세계 속을 떠돌며

음악으로 함께 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관여해준 모든 연주자·스태프 여러분,

그리고 NCSOUND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협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P.S.

 

아직 공개할 수 없는 관련 작업이 조금 더 남아 있다.

세상에 나올 때는 또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니 기대해줬으면 한다.

 

AION2 공개는 11월 19일,

그리고 Simon이 참여한 영화 <아바타 : 불과 재> 공개는 놀랍게도 12월 19일,

마침 시나가와 교회 라이브 날이다!